치앙마이 여행 계획을 갑작스럽게 잡았기 때문에, 한 달 살기 숙소 역시 알아볼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게다가 11월 12월은 성수기여서 빈방이 거의 없었고, 계약이 불가능했습니다. 아내가 국내에서 치앙마이의 현지 몇몇 콘도에 직접 연락하고 끈질기게 빈 방을 알아본 끝에 겨우 계약한 곳이,
The Cosy Huay Kaew(더 코지 훠이 깨우)입니다.
2023년 11월 16일~12월 16일까지 30박/1달 예약으로, 국내에서 GLN을 통해 1만 밧 보증금을 지불한 뒤, 현지에 도착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1만 5천 밧을 GLN을 통해 지불했습니다. 이는 성수기 요금이며, 코로나 시국을 지나 인플레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maps.app.goo.gl/b9eUQwQti49jaHMD7
콘도의 리셉션입니다. 직원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일과 시간 내(오전 10시~오후 7시)에만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엄청 친절하거나 친근하다는 느낌은 없고, 또 그렇다고 해서 불친절하지도 않은, 딱 사무적인 태도와 영업용 미소를 두른 느낌입니다. 그게 나쁘다 뭐 이런 의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밴 밝은 성격이나 친절 같은 느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국내에서 보내 준 여권 사진과 보증금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다시 실물 여권을 확인하고 월세를 지불한 뒤 키를 받아 입실합니다.
1층 리셉션의 높은 천장에도 도마뱀이 기어 올라가네요.
수도 요금은 월세에 포함되어 있고, 전기요금은 계량기 수치 1당 6밧으로 최종 퇴실 시 보증금에서 제하고 환불해 줍니다. 객실 청소는 입주일 기준 매 1주일마다 해 줍니다. 침구류와 수건(4개)도 1주일마다 교체를 해 주고요. 따라서 수건을 사람수에 맞게 충분히 챙겨가야 합니다.
그런데 30일 계약이면 7, 14, 21, 28일째 청소를 해 줄 것 같지만, 막상 28일째는 청소를 해 주지 않습니다. 조금 이상하죠? 30일 채우고 퇴실을 하면 새 손님을 받기 위해 청소를 하는데 그 비용 500밧을 마찬가지로 보증금에서 제합니다. 다른 콘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객실은 6층입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이 사진은 광각이라 다소 넓게 보이고 상이 왜곡되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화각으로 찍은 거실 공간.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 소파가 놓여 있습니다. 큰 창 위에 에어컨이 달려 있습니다. 시원하긴 한데... 필터 청소를 안 했는지 먼지 냄새가 약간 났습니다. 창문은 방충망 창이 따로 있어서, 그리 덥지 않은 날에는 창문 열고 방충망 문만 닫아도 지낼만했습니다. 특히 11월에는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았습니다.
반대편 구석에서 객실을 바라본 사진. (광각입니다.) TV가 놓여 있는 공간이 튀어나온 이유는, 침실 공간 때문입니다.
작은 서랍장과 그 위에 놓인 TV. TV는 삼성 제품이지만 스마트 TV는 아닙니다. 크기는 27인치 정도이고, 해상도는 1366x768 정도로 우리 기준에는 많이 아쉬운 크기였습니다. 노트북을 연결해서 사용할 생각으로 HDMI 케이블 긴 것도 챙겨 왔지만, 막상 몇 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TV가 아니다 보니, 노트북과 HDMI 연결이 없으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관심사도 다른 우리가 태국 방송 봐서 뭐 하겠어요.
TV장 안쪽에는 헤어드라이어가 있습니다.
출입구 바로 옆에 있는 하이라이트 방식 화구. 인덕션 방식이 아니다 보니, 가열되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고, 또 가열되고 나서도 고온의 잔열이 있어서 굉장히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불편합니다. 칼질이나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랄 게 없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가 너무 불편해서 물 끓이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하기가 어렵습니다.
식재료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해 먹을 수도 있겠지만...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시켜 먹는 음식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가끔 라면 같은 걸 끓여 먹을 때나 사용하고, 그 외에 어떤 요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싱크대. 학생 때 자취하던 곳의 싱크대도 이것보다는 컸던 것 같은데... 너무 좁아서 냄비나 그릇 담가 놓고 씻는 것도 불편합니다. 단지 작기 때문에 불편한 것 말고도 더 큰 이유가 있는데...
바로 위에 전자레인지 거치대(장)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서서 볼일을 보기에는 위아래 공간이 너무 좁아요. 라면 먹고 난 그릇, 과자봉지에 묻은 과자 가루, 과일 포장해 온 봉지 등을 씻는 것도 불편합니다.
싱크 수전 바로 위에 있는 전자레인지. LG 제품으로 관리는 깨끗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사 온 음식 데워 먹으려고 쓴 적이 있는데 횟수로는 3번이나 썼으려나요?
싱크대 옆 구석에 냉장고가 있고, 그 위에 전기포트가 있습니다. 전기포트에 대한 괴담을 하도 많이 들어서 숙소 퇴실 때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냉장고는 중간 정도, 적당한 음식과 음료를 저장해 놓을 만한 크기입니다. 작지만 냉동칸도 분리되어 있어서 얼음 만드는 접시와 그릇을 가져와서 생수로 얼음을 만들어서 보관해 두고 먹었습니다.
싱크대 아래쪽 문을 열면 쓰레기통이 나옵니다. 벌레 때문에 일부러 안쪽에 두었을까요? 우리는 밖에 꺼내 놓고 일반 쓰레기를 담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종류별로 분리해서 외출할 때마다 지정된 수거장소에 버렸습니다.
나머지 한쪽 문을 열면 그릇 두 개, 접시 두 개, 냄비, 프라이팬, 국자가 있습니다.
냄비와 접시, 그릇만 씻어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숙소에서 침실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사용했던 탁자와 의자입니다.
탁자는 크기가 작아서, 처음에 올려져 있던 컵과 쟁반을 냉장고 쪽으로 치워 버렸습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올려놓고 사용할 공간이 필요했고, 또 그러면서 음식을 두고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침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옷장. 일상적으로 입을 옷을 꺼내서 걸어 놓기에 충분한 공간입니다. 옷걸이는 5~6개 정도 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우리가 가져온 접이식 옷걸이를 꺼내서 사용했습니다.
침실 공간. 킹 사이즈 침대가 들어가 있어 좁게 느껴지는데, 짐은 모두 다른 공간에 두고 잠만 자는 공간이라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 편안한 자세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달린 TV. 하지만 우리는 퇴실 때까지 이 TV를 단 한 번도 켠 적이 없습니다. ㅎㅎ 그 위쪽에는 에어컨이 있습니다.
침실 창에도 방충망 창이 있어 환기를 걱정 없이 할 수 있습니다.
거실 창과 마찬가지이긴 한데, 새시/유리가 우리나라 기준과 다르게 소음차단 효과가 적어서 주말이나 심야 시간대에 폭주족들이 모는 차/오토바이의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올 때가 간혹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객실은 북향이라 건물만 보입니다. 경관이랄 게 없죠. 처음에는 북향이라 습해서 빨래가 마르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북향이라서 좋았던 점이 많았습니다. 낮 시간대에 객실에 있어도 덥지 않았습니다. 건기라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요. 따라서 에어컨을 켤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12월 초부터였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변기가 가장 왼쪽에 있습니다. 변기 뒤쪽에 수채구멍이 있긴 한데... 바닥에 경사가 아예 없어서, 수채구멍 쪽으로 혹은 사진상 오른쪽 샤워부스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서 빠지지 않습니다. 세수/세안을 하다가 물이 많이 튀면 바닥에 물이 빨리 마르지 않으니, 입구 쪽에 깔판을 두고 발을 닦아야 합니다.
세면대. 여기는 찬 물(날씨 때문에 미지근함)만 나옵니다. 사실상 이 객실의 가장 큰 문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배수가 잘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샤워 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물을 틀고 손이나 얼굴을 씻을 때는 괜찮은데, 점점 물이 안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급기야 차오르기까지 합니다. 물을 잠가도, 물이 다 빠지는데 몇 분이 걸립니다.
아마도 배수관로가 너무 좁거나 관로 내부에 이물질이 있거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더운 나라에서 장기간 동안 머무는 이들에게 씻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향인 우리 객실만 그렇고, 서향 객실은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다른 방에는 머무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샤워실. 유리문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은 좋습니다.
전기 순간온수기인데... 물이 많이 뜨겁지 않아요. 그냥 따뜻하다 정도. 더운 나라니까 뭐 이 정도도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샤워실 바닥 배수도 잘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샤워가 세수/세안보다 물을 훨씬 많이 쓰기 마련인데... 조금만 물을 틀고 있으면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니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객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면, 계단이 있습니다.
그 계단을 올라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습니다. 종류별로 잘 분리해서 내놓으면 됩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빌렸던 오토바이. 주차장에 잘 세워 두었습니다.
주차면은 객실 수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닌데, 차량을 타고 다니시는 분들 수가 채 10명이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대부분이 공간은 오토바이로 차 있어서 주차면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는 30대 가까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치앙마이의 교통 상황이 썩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기가 비교적 수월하니까요.
1층에는 작은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량물을 들어 올리거나, 끌어내리는 운동기구가 있고요.
트레드 밀(러닝 머신) 두 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이클 기기와 크로스컨트리(스키) 머신이 있네요.
그 외 윗몸일으키기 기구도 두 개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나올 수영장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공간/규모가 작기 때문에 콘도 숙박객들 간에 이용 시간 눈치싸움이 필요합니다. 공간이 넓으면 멀리 떨어져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이곳의 기구들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피트니스 센터 바깥쪽에는 수영장이 있습니다. 수심은 1.2m 정도로 깊지 않고요. 물 관리는 깨끗하게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수영장 주변에 적당히 높은 나무들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아 1층 높이의 외부 시선은 차단할 수 있습니다.
사진상 오른쪽에는 파라솔과 의자가 3세트 마련되어 있고, 왼쪽에는 썬베드가 2개 마련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죠. 수영장이 작으니까요. 선베드 근처에는 간단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야외 샤워기가 하나 있고, 뒤편에는 찜질방이 있습니다. 더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있고요.
앞서 피트니스 센터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영장 이용에는 눈치싸움이 필요합니다. 다른 숙박객의 이용시간과 겹치지 않게 잘 이용하면, 서로 뻘쭘하지 않게 여유를 즐기며 수영할 수 있습니다.
선베드에 누운 아내가 수영하는 저를 찍은 사진이네요.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정오를 조금 지난, 12시 30분입니다. 선선한 아침이나, 해가 지고 난 시간대에는 추워서(?)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30일간 머무르며 느낀 점을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에 적은 내용들(단점)은 우리가 머물렀던 특정 객실에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장점
1. 조용한 골목에 위치하여 대로변의 소음이 유입되지 않습니다.
2. 객실 간 소음이 거의 없습니다. (이건 아마도 초등학생 이하의 숙박객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단, 주말이나 심야에 간혹 들려오는 폭주족의 차량 배기음이 시끄럽습니다.
3. 북향 객실이라도 간접광은 들어오고, 서늘해서 좋습니다.
4. 넓은 거실, 분리된 침실. 경쟁 콘도 대비 낮은 전기요금/청소 비용.
단점
1. 세면대, 샤워실의 배수가 최악입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객실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2. 객실 출입문의 밀폐가 완전하지 않아서 미세하게 바람이 통하고, 따라서 먼지가 유입됩니다. 청소를 매일 같이 해야 하니 청소도구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방빗자루, 쓰레받기, 걸레 등.
3. 객실의 창문 새시가 외부 방음에 취약합니다. 콘도 자체는 조용한데 먼 곳에서 들려오는 큰 소음을 막지 못합니다.
4. 불편한 주방 시설. (쓸 일이 많지 않다고는 해도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5. 6층 객실에는 세탁기가 없습니다. (5층 이하 객실에는 세탁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세제만 사면 언제든 빨래를 해서 자연건조를 시켜 아낄 수 있는 비용을, 동전 세탁소에 가서 더 많이 지출해야 합니다.
6. 편의점, 음식점 골목이 멉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오토바이가 있어서 그걸로 다녀온다고 해도 번거롭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총평.
대로변에서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잘 맞을 것입니다. 숙소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요. 편의시설이 중요한 분들이라면 다른 콘도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