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조호바루에서 둘째 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말라카로 이동할 생각이었기에 아침은 배달시켜 먹기로 했습니다.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잔돈을 잘 준비해서 그랩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랩 영수증. 양념이 묻어서 지저분해졌네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한 곳에서 음료가 포함된 세트메뉴 둘을 주문했습니다.
이번엔 주문할 때 Cutlery를 포함시켰더니 제대로 된 식기와 수저 빨대까지 함께 온 모습입니다.
미 시암 본리스 프라이드치킨 세트...라고 하는데 나시 고랭 아얌 같아요. 볶음밥과 순살 닭튀김.
맛이 괜찮았습니다. 이번엔 성공한 듯한 느낌이죠?
캄풍 프라이드 라이스...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나시 르막 같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죠? 삼발 소스가 우리의 쌈장+새우젓 같은 느낌이라 친숙합니다. 양념된 멸치 튀김과 땅콩, 오이, 계란 등을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동남아 음식은 우리에게 친숙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으니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섭니다.
도착한 곳은 Larkin Sentral 고속버스 터미널입니다. 분위기는 우리네 1990~2000년대 초반 지방 도시의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느낌입니다.
버스표 발권은 무인/자동화되어 있습니다.
출발지가 미리 선택(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직접 골라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발지를 확인하고 목적지를 선택한 뒤, 일자와 시간을 고르고, 인원까지 확정하면 신상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여권상 이름, 연락처, 여권번호를 넣으라고 하네요. 나중에 실제로 일치하는지 검사하기는 합니다. 카드는 안 되고 현금만 받는 게 조금 불편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발권을 잘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조호바루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세 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이라 설레네요. 해외 나와서 이렇게 오래 버스를 탄 것도 처음이거든요.
버스 시간까지는 조금 많이 남았고 때마침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서브웨이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게 제 생에 처음으로 서브웨이를 간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안 간 서브웨이를 말레이시아에서 가게 되네요.
서브웨이 샌드위치 주문... 어렵네요. 이탈리안 BLT 구성으로 이런저런 채소 다 집어넣어 달라고 하고 소스는 머스터드와 칠리 두 가지만 했습니다. 그리고 음료는 셀프서비스 방식으로 디스펜서에서 받아먹으면 되는데... 아내는 처음에 조금만 마시고 나중에 리필해서 마실 생각이었나 봅니다. 안타깝게도 리필은 무료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1.25링깃을 더 내고 리필해서 마셔야 했습니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음료는 꽉 채워서 드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본 길냥이입니다. 사람이 아주 익숙한지 배를 다 보이고 그루밍을 열심히 하네요. Larkin Sentral의 화장실은 유료이고 30센트(0.3링깃)를 내야 출입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1층에 있는 화장실은 건물 밖으로 돌아 나가야 하고 상대적으로 더 지저분합니다. 2층에 있는 화장실을 가는 게 나아요.
표에 새겨진 게이트를 찾아서 대기실로 입장합니다. 이때... 승차 시간 30분 전이 정확하게 임박하지 않으면 출입을 시켜 주지 않더라고요. 군인 복장을 한 직원이 나름 철저하게 통제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기실은 생각보다 한산합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앉아 쉬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앞에 앉은 현지인 한 분 전화 통화를 엄청 시끄럽게 하셔서 미친 X인 줄 알았네요.
3시 버스였는데, 승차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대기실 안내 화면에 나오는 노선 정보(운수회사, 차량 번호 등)가 버스표에 적힌 것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밖으로 나와서, 버스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이에게 표를 보여주고 그 직원의 안내에 따라 플랫폼 번호를 확인하고 나서야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 승차 시, 표에 적힌 이름과 승객 명부에 있는 이름을 확인하므로 예약하지 않고는 아무나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1시간쯤 지나서 간이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쉬며 화장실을 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말레이시아 휴게소를 촬영하지 못한 게 좀 아쉽네요. 저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거든요. 화장실은 이미 조호바루 터미널에서 다녀온 터라...
Larkin Sentral에서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말라카 센트럴에 도착하자마자 쿠알라룸푸르행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기로 합니다. 원래 Larkin Sentral에서 12시~1시 정도에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예매를 하지 않았더니 남은 표 중 가장 빠른 게 오후 3시 거였거든요.
Melaka Sentral 터미널 내부의 상가 통로를 빠져나와 주차장 입구에서 그랩 택시를 예약하고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먼 하늘의 뭉게구름이 너무 멋있어서 한 컷 찍어 보았습니다.
택시를 잡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숙소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야시장에 가 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북적거릴 듯한 예감입니다. 이 골목은 인도인들의 상점이 굉장히 많네요.
말라카 강변의 화려한 조명들이 나를 감싸네...(ㅋㅋㅋ)
계속 걸어서 존커 거리 야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화려한 인력거를 처음 봤습니다. 불빛과 음악소리가 아주 요란합니다.
주말을 맞아 야시장 골목엔 인파가 넘쳐납니다.
이렇게 대문도 이쁘게 잘 만들어 놨네요.
돌다가 덥고 목이 말라 망고 스무디를 한 잔 마시기로 했습니다. 이 점포는 시장 입구에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망고도 찍어 먹고 스무디도 마시고~ 달콤하고 시원하고~ 더운 날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스무디는 한 번 리필도 가능하다는데, 일부러 리필해서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회 되는 분들 이용해 보세요.
시장 구경도 했으니 배가 고파져서, 앉아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시장 골목에서는 조금 떨어져 한적한 곳을 거닐다가, 직원의 간절한 호객행위에 이끌려 들어간 곳입니다.
식사는 간단하게 미고랭과 나시고랭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정갈하게 담겨 나온 나시고랭. 사발에 담아서 엎어 담아 모양을 냈네요. 볶음밥 맛이 괜찮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뇨냐 요릿집으로 (이 동네가 상당수 그렇지만) 중식의 영향을 받은 냄새가 납니다.
이쪽은 미고랭. 볶음면 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사실 여기 들어온 게, 우리가 찍어 놓고 갔던 다른 음식점의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으니 운이 좋았달까요?
아이스티도 저렴해서 주문해 마셨습니다. 맛은 다 아는 립톤 그 맛인데, 시원한 걸 마시고 싶었거든요.
식사를 하는 중에 사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엄청 신경써 주셨습니다. 손님인 제가 황송할 정도로요. ㅎㅎㅎ 앞으로 펼쳐질 모든 여행의 순간에서 이렇게까지 친절한 사람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카드 결제를 받지 않으며, 가격은 테이블 차지 명목으로 +10% 추가해서 받는다는 것 정도?
저녁을 먹고 다시 또 야시장을 구경하다가...
아내가 계란빵을 먹고 싶다고 해서 사 먹었습니다. 기본 맛을 사 먹었는데 조금 심심한 맛이더라고요.
숙소로 돌아가며 다리 위에 늘어진 나무와 조명을 찍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말라카에서의 첫날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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