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입국과정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습니다. ICA 앱/웹페이지를 통해 SGAC(Singapore Arrival Card)를 정확하게 작성하기만 하면 됩니다. 성명, 출생일, 국적, 여권번호, 거주지, 연락처, 일정(입/출국 시기), 방역정보(COOV 앱 QR코드) 등을 제대로 입력하기만 하면, 입국 심사 통과는 금방 진행됩니다.
저는 윈터 부스터 샷까지 미리 접종을 받고, 그 이전에는 독감 예방접종까지 맞아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취하고 싶었습니다. COOV 앱을 통해서 위와 같이 QR 코드 이미지를 생성한 후, SGA 카드 작성 시 첨부하면 됩니다. 혹시나 싶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종이에 출력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이 증명서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입국심사를 통과한 후 입국장 내에서 새벽 동안 쪽잠을 취했습니다. 다행히 소파 자리가 나서 모자로 얼굴을 덮고 누워 있을 수 있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여섯 시 반쯤 되었을 무렵 일어나, 공항철도 타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첫 번째 행선지가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를 파는 곳이어서 터미널 2로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입국장에서 가까운 터미널에서 공항철도를 탔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신용카드(해외용 VISA/MASTER) 중에서 비접촉 결제가 가능한 카드들(카드 뒷면에 와이파이 모양 마크가 그려진 것들)이면 싱가포르 대중교통을 아무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알게 된 게 참 바보 같은 모험 덕분이었는데...
터미널2 창구에서 싱가포르 투어리스트 패스는 여덟 시 반부터 판매를 하는데 시간은 두 시간이나 남았고,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우리나라 교통카드가 될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개찰구에 찍어 봤더니 뙇!! 하고 인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투어리스트 패스는 보증금 반환 절차도 필요하고 그 반환 절차 역시 특정 지하철 역들에서 지정된 시간에만 반환이 가능한 터라,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1박 2일 일정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횟수가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한 점이 너무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싱가포르 공항철도의 내부. 여행객 중심의 철도여서 그런지 좌석은 많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이용객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입니다.
1차 환승지인 Tanah Merah 역에서 내려, 다시 도시로 가는 전철로 갈아탔습니다.
숙소 근처인 Lavendar MRT 역에서 내립니다. 역 앞에 상가가 형성되어 있어 맥도널드를 비롯해서 수많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록 여기서 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잡은 숙소, J8 호텔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선택한 곳인데... 정말이지 숙소의 청결 상태가 너무 나빴습니다. 우리나라의 모텔보다 못한 정도라고까지 생각됐으니까요. 바닥과 테이블의 먼지, 침구류의 머리카락, 테이블의 음료(시럽) 자국, 언제 담았는지 모를 전기포트에 담긴 물, 금이 가고 칠이 벗겨진 벽까지... 우리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벌레가 없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벼룩, 바퀴만 없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청결을 확인한 것은 실제 체크인 한 오후 늦은 시간이었고, 지금은 오전 이른 시간이라 일단 짐만 맡겨 놓고 시내 구경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밥부터 먹어야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랍스트리트였습니다... 만, 평일이고 아침 이른 시간에는 사람도 많지 않고, 문을 연 점포도 별로 없었습니다. 길을 가다 목이 말라 들어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차 음료와 제로 콜라를 샀는데, 차 가격은 2.8달러, 콜라 가격이 프로모션으로 1달러라 엄청 저렴하게 사 마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걷고 걸어 찾아간 새우면 집.
하나는 갈비 국수, 하나는 새우 국수입니다. 양은 적은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먹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두 메뉴 합 13달러로 싱가포르 물가 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물의 맛과 향이 진하고, 재료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한국분들이 엄청 많이 오시더라고요. 그럼 맛집이라는 거... ㅎㅎㅎ
벽화 거리도 구경하고...
술탄 모스크도 지나가며 구경을 합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이동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오차드 로드입니다. 국내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습니다. 여행에서 신경 쓸 일 하나 줄어드는 게 얼마나 큰 부분인지 다 아실 거예요.
싱가포르 도심의 특색이라면, 열대 수목이 길거리와 건물 곳곳에 심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베란다/발코니 부분에 엄청나게 많이 심어 놓았더라고요. 우리가 찍은 사진엔 별로 없네요.
걷다가 지쳐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라도 한잔 하고 싶어서 구글 지도를 찾아 이동했는데... 첫 번째로 닿은 곳은 노상에 있는 개방된 점포였습니다. 에어컨도 안 나오는 곳이라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다음 대안으로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자는 생각이었는데... 이 점포는 또 아이스크림이 품절이네요?
길가의 나이키 매장에서 본 에어조단 농구화들입니다. 아는 후배가 생각나서 찍었는데... 자기 취향이 아니거나 근본 없는 혼종(?)들이라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네요. 좀 더 자세히 둘러보고 알려줄 걸 그랬나 봅니다. 하나 사다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길거리 구경, 상가 구경을 하다 Plaza Singapura 빌딩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왔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이 얼마나 간절한 자리인가...
여행을 조금 더 하고 나서 느낀 부분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쇼핑몰 어디를 가더라도 공짜 자리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백화점이든 뭐든 홀 같은데 기둥 주변이라든가 하는 곳에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좌석이 있을 법 한데, 그런 자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앉고 싶으면 식당이든 찻집이든 돈을 내고 들어가서 소비를 해라...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스타벅스 Plaza Singapura 점:
한국인은 역시 아-아-죠. 에어컨 바로 밑 자리라 너무 시원하고 행복했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행복.
길거리 곳곳에는 11월 중순인데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창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싱가포르 1일 차 오전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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