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투어로 오전을 보내기로 했어요. 매끌렁 철길 시장과 담넌사두억 수산 시장을 둘러보는 일정입니다.
아침 7시 반에 기사님을 호텔 앞에서 만나 먼 길을 떠납니다.
방콕 시내를 벗어나는 중...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이렇게 고가도로를 건설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체구간이 있어서 살펴보니, 비로 인한 침수 때문에 차로 두 개 정도가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태국 정부의 큰 과제 중 하나가 상하수도 관리인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드디어 매끌렁 시장에 도착. 과거에는 말 그대로 현지인들이 철길 옆에서 장사하던 곳이었으나, 각국의 TV 프로그램 등에 영상이 소개되면서 더 이상 현지인(소비자)은 없고 관광객들만 넘쳐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니 인증사진부터 찍습니다.
좁은 골목을 철도가 지나는 시장이라는 특징 말고 파는 물건들의 특색이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열차가 지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이 되기 전에 잠시 옆에 있는 카페에서 더위를 피해 기다립니다.
드디어 열차 진입! 철로 옆에 물건을 깔아 뒀거나 어닝을 펼쳤던 상점들 모두 일정 선 안으로 접어서 열차가 다니는데 지장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진기한 풍경이긴 하네요. ㅎㅎ
구경은 이걸로 끝입니다. 우리가 시간이 많은 여행자였다면 좀 더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기사님이 기다리기 때문에 적당히 구경을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담넌사두억 수산 시장에 도착해서 배를 탑니다. 이 역시 예약한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금을 별도로 내는 투어인 경우 1인당 150밧을 내야 합니다. 배를 타면 그 직후에 디카로 사진을 찍는 여직원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기념품으로 만들어 판매를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이렇게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강물로 그릇을 씻고 계시네요.
진행 경로 초입에 이렇게 기념품을 사는 곳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여기서 물건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아무런 신호도 하지 않았는데 배 운전사가 한 곳에 배를 대더니, 그곳의 주인이 우리에게 냉장고 자석을 반 강매식으로 사라고 유도했습니다.
가격이라도 적당했으면 모르겠는데, 4개 묶음으로 된 것을 350밧에 팔려고 하다니... 이미 전날 아이콘 시암에서 완전히 같은 물건을 120밧에 샀으니까, 담넌사두억에서 살 이유가 없었죠. 심지어 방콕 내 시장에서는 100밧에도 살 수 있습니다.
태국인의 심성을 나타내는 말 중 하나가 '끄랭짜이(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것)'라는데, 여기서는 생계가 온전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달려 있다 보니 끄랭짜이가 실종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주변 풍경은 예쁩니다. 맑은 하늘과 뭉게구름, 쭉 뻗은 녹색의 야자수까지...
이런 삶 속에서도 자신의 집과 주변을 예쁘게 가꾸려는 노력을 하는 가구도 일부 있네요.
외국인들, 특히 백인들은 이렇게 뜨거운 햇빛 아래서 걷는 걸 좋아하더군요.
드디어 시장 본진에 진입합니다. 앞서 들른 모든 곳들은 여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아침을 먹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식사할 생각은 없고 간단한 군것질만 하기로 했습니다. 일행들이 아직 안 먹어 본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샀어요. 개당 60밧이면 엄청 비싼 편은 아닙니다.
저도 하나 집어서 천천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나가며 시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합니다. 동남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뱀 감기 체험이네요.
이쪽은 좀 한산한 구간이네요.
배를 댈 수 있는 양쪽에 앉아서 쉬는 관광객들도 꽤 볼 수 있습니다. 저분들은 걸어서 오신 걸까요?
이렇게 배 뒤편에는 디젤 엔진을 장착해서 스크루를 돌립니다. 시끄럽고 매연도 많이 나오죠.
시장 한가운데서 기념사진 한 장!
돌아 나오는 길에 강변을 보니, 쓰레기 더미가 한가득입니다. 여기뿐 아니라 담넌사두억 전체가 이렇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좀 씁쓸했어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는 아닐 거 같은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이 주변을 이렇게 더럽게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양쪽 대칭형으로 휜 야자나무가 특이합니다. 배에서 내리니, 배에 타기 전 디카로 찍은 사진을 현상한 기념품을 팔기 위해 상인이 접근합니다. 액자와 접시였는데요. 두 개에 600밧을 부릅니다. 저는 일행에게 아예 사지 않거나, 흥정해서 하나만 사기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500밧에 두 개 다 샀네요. 어쩌면 여기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방콕 시내로 돌아오니 중심가에 정체가 극심합니다. 중간중간 풍경에 대한 안내/설명과 우리 일행의 사진을 찍어 준 기사님께 감사하는 의미로 팁을 조금 드리고 도착지에서 헤어졌습니다.
우리의 도착지는 실롬. 살라 댕(Sala Daeng) BTS 역 근처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왔어요.
태국의 대표 음식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팟 카파오 무쌉입니다. 제가 찾은 가게는 대로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골목이었는데 관광객의 발길은 뜸한 곳입니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섰을 때에도 현지인들만 있었고, 입구에 앉은 직원의 눈빛은 '쟤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을까?' 하는 눈빛이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밥과 함께 먹을 쏨땀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맵게 해달라고 하면 정말 오지게 매운맛이 나오기 때문에 맵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아주 살짝 매운 정도로 나왔습니다.
팟 카파오 무쌉과 쏨땀 제 입맛에는 모두 맛있었고, 일행들도 맛있다고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살라 댕 역은 고가가 지나는 곳인데, 교각에 이렇게 LCD로 된 거대한 광고판이 있습니다. 광고 속 여성들의 자세가 재미있네요.
처음에는 실롬 컴플렉스(Silom Complex) 안에서 쉬려고 했는데, 일행들에게 소개하려 했던 차트라뮤(Cha Tra Mue)에 빈자리가 없어서 반대편의 실롬 엣지(Silom Edge)로 넘아와서 거기에 있는 차트라뮤에 갔습니다.
저는 타이 커피, 일행은 타이 티를 마셨습니다. 그중 두 분은 로즈 티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제가 직원에게 주문을 잘 못 전달하는 바람에 타이 티를 마시게 됐네요. 맛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미안했습니다.
다시 실롬 컴플렉스로 넘어와서 최상층부터 구경하며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중간층에 아이폰 리셀러 매장이 있어서 잠시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 16 모델을 구경했습니다. 일반 모델의 분홍색이 생각보다 차분하게 잘 나왔네요.
아내의 부탁으로 살 게 있어서 왓슨스(Watsons)에 들렀습니다. 일행 중 한 분도 붙이는 파스가 필요하다 하셔서 함께 쇼핑을 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부츠(Boots)에서도 몇 가지를 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2년 전에 왔을 때 못 사서 아쉬웠던 식기(밥그릇, 국그릇, 접시 등)를 사러 Central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것들이 있어서 두 쌍, 총 6개의 식기를 사 왔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사고 나서 영수증을 보니 1+1이지 뭐예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육교를 걸어...
건널목 앞까지 왔습니다. 룸피니 공원에 가려고 합니다.
더운 날이라 마냥 걷기에는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방콕 시내의 큰 공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호수 안에는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이 조금 보이네요.
왔으니 기념사진을 남겨야겠죠?
룸피니 공원은 고양이들의 천국입니다.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서 이렇게 순하게 가만히 있네요.
귀차니즘에 절어서 미동도 하지 않는 녀석도 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오신 분들도 꽤 보입니다.
어린 야옹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캣맘...
공원 산책을 마치고 다섯 시 반이 가까워질 때, 저녁식사를 하러 예약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노스이스트인데요. 국내에서 예약을 하고 와서 자리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들어가서 예약을 말하니 2층으로 바로 안내해 줍니다.
이곳의 땡모빤(수박 스무디)은 정말 맛있습니다. 밀도가 높고, 부드럽고, 시원하고, 수박 고유의 단 맛이 아주 잘 느껴집니다. 하나만 주문해도 양이 충분하기에 둘로 나눠달라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두 분은 땡모빤을 마시고, 나머지 둘은 태국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싱(Singha) 맥주. 태국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죠? 맥주 맛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입니다.
처음 나온 새우 볶음밥. 무난한 맛입니다.
노스이스트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푸팟퐁 커리(게살 커리)입니다. 커리와 게살의 감칠맛이 좋아 인기가 많죠.
커리와 함께 먹을 밥도 둘 주문합니다.
앞접시를 네 개 달라고 부탁해서, 각각의 음식들을 일행들이 골고루 나눠 먹었습니다.
빠질 수 없는 공심채 볶음. 다른 음식점과 다르게 노스이스트에서는 공심채 볶음을 많이 자르지 않고, 마치 우리의 고구마 순 줄기처럼 껍질을 벗겨 길게 채를 썰어서 볶아 줍니다. 꼬들한 식감이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씨알이 굵은 새우튀김까지. 그냥 먹어도 좋고 맥주 안주로도 아주 좋습니다.
일행들이 말하길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단체 여행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걸어서 실롬 컴플렉스로 돌아왔습니다. 후식을 즐기러 왔죠.
첫 번째는 망고 빙수입니다. 시럽과 크림을 끼얹어 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바닥 쪽에는 깍둑 썬 망고와 찹쌀이 들어 있어서 달콤한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타이 티 빙수입니다. 타이티를 얼려서 간 얼음이라서 맛이 진해서 좋습니다.
하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매장 내 냉방이 시원찮았다는 점입니다. 매장이 통로와 유리벽으로 차단된 구조가 아니라서 시원하지가 않았어요. 빙수, 아이스크림은 시원한 데서 먹어야 더 맛있는데... ㅎㅎ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쇼핑한 것들을 내려놓고 씻고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찾아간 곳은 숙소 근처의 루프탑 바(Roof Top Bar)입니다.
방콕에 왔는데 소소한 야경을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국내에서, 혹은 현지에서 예약해야 하는 유명한 고층 빌딩의 바들은 너무 비싸기도 했고, 요즘에는 드레스 코드까지 요구를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술이 나왔으니 다 함께 짠 한 번 하고...
인증사진도 찍습니다.
술을 못 드시는 분은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습니다.
안주로 주문한 텃만꿍(새우 살 튀김, 크로켓). 이건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술안주로써의 역할은 했습니다. 이번엔 Leo 맥주와 Chang 맥주를 주문했는데, Leo 맥주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았습니다. 첫 병 말고는 계속 Chang 맥주만 마셨어요. ㅎㅎ
술잔을 채워가며 한참을 수다 떨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둘째 날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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