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일정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귀국 전 쇼핑만을 하는 날로 잡았습니다.
숙소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곳에 택시를 타고 아침을 먹으러 왔습니다. 개점 시간이 9시 30분이었는데 칼같이 지킵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를 촬영한 모양이네요. 윤아와 김선우 등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오늘의 음식은 베트남 식 끈적 국수입니다. 꾸어이짭이라는 음식인데요. 고기, 내장, 소시지, 튀김, 계란 등이 들어간 국수입니다. 저와 다른 한 분은 보통 양으로 주문했습니다.
나머지 두 분은 특을 주문했네요. 국물과 면이 모두 끈적한 형태로,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면은 쌀면이지만 국물의 특성상 쉽게 식지 않으므로 호호 불면서 잘 식혀 먹어야 합니다. 모두 맛있다고 말하며 잘 먹었습니다.
직접 짠 오렌지 주스도 15밧에 팔길래, 두 개를 주문하여 넷이 나누어 마셨습니다. 생 오렌지의 알갱이와 향이 느껴지는 상큼한 맛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타고 온 곳은 짜뚜짝 시장입니다. 길을 건너기 전 사진상 등 뒤쪽에 있는 큰 쇼핑몰에서 화장실을 미리 다녀왔습니다. 시장 안은 워낙 복잡하기도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일행과 떨어지면 다시 만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라서요.
여행 기념품 중 빠지지 않는 게 냉장고 자석이죠. 신중하게 고르는 일행들의 모습. 여기서 산 것은 아니지만 저도 방콕을 연상시키는 자석을 하나 샀습니다.
짜뚜짝 시장은 워낙 크고, 작은 점포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구경하기로 마음먹으면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정된 시간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정해 두었고, 그것만 산 뒤 시장을 떠났습니다. 냉장고 자석, 코끼리 티셔츠, 말린 망고, 호랑이 연고 등...
예전에 방콕에 9월, 11월 이렇게 두 번 왔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덥지 않았는데... 유독 덥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빅씨(Big C) 마트로 이동했습니다.
빅씨 1층에 있는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이건 실패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일정을 좀 더 꼼꼼하게 짰더라면, 방콕에 머무르는 동안 한 끼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쇼핑은 빅씨에서 하더라도 주변에 있는 다른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한국에서 계획을 짤 때, 더위에 지친 일행들이 시원하게 머무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마트 식당가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문한 닭고기 튀김 덮밥. 특색은 없는 평범한 맛입니다. 고수 국물이 있어서 그나마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빅씨 마트에서 각자 원하는 것들을 샀습니다. 일행 중 두 분은 망고 젤리와 도이캄 꿀을 샀네요. 저는 태국 술 두 가지(홍통, 쌩쏨)와, 과자 등을 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빅씨가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아마존 카페에 와서 음료를 마시며 쉬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숙소 근처에 있는 마사지 샵에 왔습니다. 태국에 왔으니 마사지 한 번 정도는 받아야겠죠?
때마침 현금이 거의 다 떨어져서 가게 직원에게 신용카드 결제가 되느냐 물으니 안 된다고 합니다. 현금 또는 QR코드(스캔) 결제만 된다고 하는데, QR코드 결제를 태국 정부에서 막는 바람에 현금만 사용 가능했습니다. 딱 두 사람에 해당하는 금액만 남아서, 해외여행과 마사지 체험이 처음인 두 분만 받기로 하고 나머지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게에서 배려해 주셔서 마사지를 받지 않는 저와 일행 한 명도 마사지 실에 있는 의자에서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있었습니다. 마실 물도 주셨고요.
마사지가 끝나고는 모두에게 생강차를 한 잔씩 주시고, 나눠 먹을 수 있는 한 묶음의 작은 바나나도 내어 주셨습니다. 마사지를 받은 두 분께 물어보니 강도는 적당했고 괜찮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마사지를 받는 인원, 받지 않는 인원 모두에게 배려를 잘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맡겨 둔 짐을 찾고, 조금 걸어서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 왔습니다. 원래의 계획 대로라면 저녁 식사를 하고 공항버스를 타야 하지만, 공항버스 시간을 정확히 모르고, 귀국 전에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식사는 공항에 가서 먹기로 하고 버스를 일찍 탔습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네요.
방콕 시내를 벗어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공항에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밤 10시 20분인데, 공항에는 6시 50분에 도착했으니...
방콕 출국으로는 처음 이용해 보는 수완나품 공항입니다. 이전에는 돈므앙 공항 출국이었거든요. 체크인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어서 먼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한 층을 내려가면 식당가가 나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찾는데... 층의 양 끝에 하나씩 있네요. 동선이 너무 불편합니다. 동선이 불편한 건 출/입국장 통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을 먹은 식당. 입구에는 싼 가격(이라고는 해도 200밧 내외)의 메뉴만을 홍보하면서, 막상 들어가면 먹을만한 것들은 죄다 300밧 후반 400밧 넘어가는 것들입니다. 심지어 이 가격은 부가세 10%와 서비스 요금 7%가 빠진 표기입니다. 명세서상 가격은 1360밧, 세금과 서비스 요금을 더한 금액은 1600밧이 나왔습니다. 미쳤죠. ㅎㅎㅎ
저는 태국음식을 많이 먹어 보기도 했고 위와 같은 가격으로는 먹고 싶지 않아서 일행의 음식 주문을 보고 결제까지 마친 뒤, 바로 옆에 있는 KFC에서 버거와 롤, 음료를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제로 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212밧이 나왔네요.
식사를 마치고 올라와 체크인하러 이동합니다. 태국 공항답게 역시 화려한 황금 불상과 탑이 놓여 있네요.
시내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공항에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게 득이 된 건지... 일행들은 면세구역에서 열심히 구경하고 한 분은 쇼핑도 꽤 하셨습니다. 술과 꿀을 사셨더라고요. 사실 비용으로만 치면 같은 물건을 사도 시내가 좀 더 싼데, 돌아갈 때쯤 되니까 생각이 바뀌었나 봅니다. 어쨌든 잘 사셨죠 뭐.
수완나품 공항의 불편한 점이라면, 탑승구까지 가는 중간에 앉아서 쉬는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입니다. 탑승구는 이보다 한 층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시간이 임박한 탑승구가 아니면 띠로 된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지금 보이는 이 층(면세 쇼핑 구역)에서는 화장실을 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탑승구 앞에는 화장실도 있고 음수대도 있고 하니까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해결하면 되긴 합니다만... 면세구역의 동선이 너무 불편한 것 자체가 문제죠. 일직선인 데다 화장실도 찾기 힘들어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에어부산 비행기를 타고 돌아갑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수하물로 맡긴 제 캐리어를 찾으려고 기다리는데... 너무 늦게 나오더라고요. 체크인을 일찍 했을 때의 단점입니다. 짐이 먼저 실리면 찾을 때는 나중에 나올 수도 있다는 거... 일행 중 한 분이 곧바로 평택에 가야 했는데, 제 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약간 지각을 하게 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방콕에서 산 것들을 펼쳐 봅니다.
나라야에서 산 것들. 아내의 가방과 제 가방, 안경 주머니 두 개입니다.
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망고맛 빼X로 과자.
아내가 좋아하는 타이티 맛 웨이퍼 과자.
치약, 스트렙실, 프로폴리스 스프레이, 냉장고 자석.
실롬 컴플렉스에서 산 그릇. 각각 1+1이라서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포셀린이라서 예쁜 문양으로 인쇄되어 있네요. 홍콩 여행 때 사온 그릇과 집에 있던 그릇 몇 개 이가 나간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 버리고 새 걸로 바꿔야겠습니다.
지난 치앙마이 여행 때 사온 쌩쏨을 다 마셔서 하나 추가로 사고, 처음 마시는 홍통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짜뚜짝에서 산 망고. 6팩에 600밧. 할인은 안 해 주더라고요.
K.O.T.H. 30주년 기념 MT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여행지 선정부터 비행기 표 결제, 일정을 짜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혼선을 겪었습니다. 출발 1주일 전까지도 계획만 두 가지로 짜 놓고 비행기 표를 결제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호찌민 vs 방콕, 결국 방콕으로 결정되어 MT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태국이라는 나라, 방콕이라는 도시의 면면을 살펴보고 겪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기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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