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전자기기의 마이크로 5핀 단자를 USB-C로 바꾸기(2)

오래전에 샀던 블루투스 헤드폰의 전원단자가 마이크로 5 핀입니다.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모두 USB-C 단자로 바뀐 마당에, 헤드폰을 충전하려고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을 남겨두고 혹은 들고 다니는 것은 불합리하죠? (아직 라이트닝 단자를 사용하는 에어팟 프로 1세대가 있습니다만, 그건 무선충전도 가능하니까...)

 

지난번에 몇 개의 전기/전자제품을 시험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 오늘 아내가 쓰는 헤드폰도 마저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패드/솜을 걷어내면 스피커 유닛이 나옵니다.

스크루 네 개를 풀어 줍니다.

 

 

스피커 유닛을 뜯어내면 안쪽에 작은 기판이 나옵니다.

 

 

여기에도 작은 스크루 두 개가 있는데 마저 풀어줍니다.

 

 

그리고 기판을 들어서 보면, 마이크로 5핀 단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판에 연결된 선들은 얇기 때문에 스피커 유닛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함께 잘 들어야 합니다.

 

 

열풍기를 약한 바람 + 500도로 설정해 놓고 마이크로 5핀 암단자 부위를 가열합니다.

 

 

적당히 가열될 때까지 기다렸다 핀셋으로 살짝 잡았을 때 흔들리면 살살 들어 올려 마이크로 5핀 암단자를 분리합니다.

 

 

그리고 DIY용 USB-C 암단자의 V+, G 부분에 전선을 납땜해 줍니다. USB-C 암단자는 4극(V+, D-, D+, G)으로 되어 있으며, 헤드폰 기판에 있는 동일한 표기의 단자에 연결하면 됩니다. 단 데이터 전송을 하는 기기가 아닌 경우에는 D-, D+ 선을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기기는 데이터 선도 사용한다고는 하는데, 제 헤드폰은 옛날 기기라서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데이터 선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하면 되는데요. USB-C 암단자의 V를 기판의 V+에, G를 기판의 V-에 연결해야 합니다. 기판의 V-와 G에 같이 닿아도 상관은 없지만, 핀 배열이 워낙 촘촘하다 보니 정밀한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단자에 제대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와 같이 연결하고 USB-C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이 되나 확인을 해 봤는데... 전원 등이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다른 접점을 찾아서 연결합니다. 하나는 좀 더 위쪽에 있는 +표시가 있는 단자입니다. 여기에 USB-C 암단자에서 나온 V선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선 G는, 충전/페어링 LED가 있는 부위 쪽에 연결합니다. 두 개의 LED 중에서 아래쪽에 있는 것(붉은색이 점등됨)의 왼쪽에 연결해 주면 됩니다.

 

 

임시로 연결한 상태에서 USB-C 케이블을 꽂아 충전 등이 점등되는지 확인하고 나서, 단자를 기판에 고정합니다. 이때 USB-C 암단자의 노출된 부분을 절연 테이프로 한 바퀴 꼭 둘러서 쇼트를 방지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접착제나 실리콘 등으로 기판과 USB-C 암단자를 고정시켜 줍니다.

 

저는 일반 접착제(노란색)를 먼저 사용하여 붙인 뒤, 집게 등으로 고정해서 굳을 때까지 놔둔 후, 다시 한번 순간접착제로 주변을 둘러서 단단하게 고정했습니다. 순간접착제만으로는 기판과 단자 사이의 간격이 넓어서 고정이 되지 않습니다. 또, 단자의 외부를 납으로 고정하는 방식도 있는데, 아쉽게도 저 단자는 납이 붙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헤드폰의 단자 구멍을, 마이크로 5핀 크기에서 USB-C 암단자의 크기에 맞게 인두로 잘 지져줍니다. 플라스틱이 녹아서 안팎으로 튀어나온 것들은 칼로 깔끔하게 깎아 줍니다. 구멍이 잘 맞게 나올 때까지 만들어 주고, 기판을 고정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스피커 유닛을 덮어주면 되는데, 이때 예전의 마이크로 5핀 암단자에 맞게 되어 있던 부분을 인두로 지져서 녹여줍니다. USB-C 단자가 훨씬 평평하고 넓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덮개가 닫히지 않습니다.

 

 

스피커 유닛을 결합하고, 다시 이어 패드까지 씌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USB-C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이 잘 되고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PC에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면, 충전이 잘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리와 관련된 배선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으므로, 소리도 이상 없이 잘 나옵니다.

 

* 이 방법은 고속충전이 아닌 일반 충전(5V 2A = 10W 이하)을 지원하는 USB-C 케이블을 연결해서 사용할 때만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