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4시가 되어 숙소를 나왔습니다. 도이 인타논에 일출을 보러 가려고요.
도이 인타논은 매표소 -> 제1 체크 포인트 -> 제2 체크 포인트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 체크 포인트와 제2 체크 포인트 간 거리가 상당합니다.
도이 인타논 전망대에 도착해서 간단히 약도를 살펴봅니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서 도착한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됩니다.
사진보다 훨씬 많아요.
주차장 바깥쪽 도로에 있는 난간에 기대서 본 먼 산.
붉은빛이 감돌며 해가 떠오른다는 예고를 합니다.
스님들도 계시고, 난간에 올라서서 폼 잡는 분도 계시고...
우리도 셀카를 찍어 기억에 남깁니다.
구름이 많은 날이어서 선명한 해의 윤곽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구름 위로 떠오른 해의 위치만 대략 알 수 있을 뿐...
오는데 새벽길이 상당히 쌀쌀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경량 패딩과 목 버프가 없었으면 고생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몸이 바람을 맞는 면적이 커서 그렇지, 손이 시리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일출과 구름의 멋진 모습을 봤으니 이제 이동합니다.
주차장에는 화장실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파는 가판대가 몇 있습니다.
우리는 어제 장 봐뒀던 걸로 아침을 때웠기 때문에 뭘 사 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현지인들은 많이들 사 드십니다.
구경 잘 마쳤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지점입니다. 도이 인타논 정상이죠.
도로 끝에 출입이 통제된 곳이 있고, 왼쪽에는 작은 매점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전망대/탑이 있는데 올라가서 기념사진 찰칵!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이 멋있습니다.
전망대에도 이렇게 탑이 있고 안에 불상을 모셔 놓았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작은 산행길로 들어갑니다.
숲 속에 있는 작은 탑, 그리고 그 옆의 더 작은 코끼리 석상 셋. 귀엽네요.
정상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Ang Ka Nature Trail 코스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곶자왈이 생각나는 곳입니다.
경로는 3~400 미터 정도로 산책하듯 돌 수 있고, 원시림 속에 나무다리로 통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숲 공기가 맑고 상쾌합니다.
새를 찍고 있는 진사님... 을 찍고 있는 나.
터벅터벅 걷는 아내. ㅋㅋㅋ
소변 금지 표지판을 따라 하는 진상이 요기 잉네?
산을 내려가며 다시 한번 주차장 쪽 전망대에서 찰칵!
한 편의 수묵 담채화 같은 풍경, 잘 보고 갑니다.
길을 내려오다 보면 사원/공원 비슷한 곳이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는 출입할 수 없고, 길가에 대고 걸어가야 합니다. 입장료는 외국인은 인당 100밧입니다. 썽테우나 미니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관광객들은 (물론 비용이야 지불하겠지만) 차 타고 그냥 들어가던데... 부럽네요.
언덕을 올라가면 이렇게 주차장과 화원, 거대한 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인공폭포겠죠? 조성을 잘해 놨네요.
왼쪽의 탑부터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보기에도 까마득한 계단이 있는데...
다행히 오른쪽에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네요. 휴...
위쪽에는 또 넓은 공간이 펼쳐지고 화단을 잘 가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끝으로 가면, 이렇게 먼 산과 그 아래 깔린 구름, 하늘과 만나는 경계선까지 볼 수 있습니다.
아까 주차장 전망대에서 봤던 게 잊힐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풍경이네요.
아내와 함께 기념사진 찰칵!
잠시 쉬어가며 집에서 챙겨 온 간식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탑 구경에 나섭니다. 타일로 꾸며 놓은 부조 장식이 이채롭습니다.
탑 내부에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좌불 석상이 놓여 있습니다. 저도 삼배를 올리며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었습니다.
내부 한 바퀴에 둘러진 부조 석벽들. 다양한 부처님, 불제자들의 모습을 새겨 놓았습니다.
나와서 맞은편 탑을 바라보니 이 역시도 까마득하네요. ㅎㅎㅎ
도가니 조심!
맞은편 쪽에는 에스컬레이터 수리 중이라 걸어 올라와야 했습니다.
탑 내외부 구경을 하는데, 이쪽은 여승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장식되어 있네요.
구름이 참 멋집니다. 덕분에 많이 덥지도 않고 걸어 다니기에도 괜찮았습니다.
내려갈 때는 화원 쪽에 마련된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화원을 열심히 꾸미고 계시네요.
중간에 목이 말라서 몽족 시장에 들렀습니다.
채소, 과일, 견과류, 주류, 과자 등으로 파는 것들은 대동소이합니다.
20밧 주고 사 먹은 딸기. 베트남 달랏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다행히 여기 딸기는 신맛 말고도 단맛이 꽤 있어서 정신 차리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길을 나서 피곤해하던 아내도 여기서 잠시 쉬니 잠이 깬다고 하네요.
다음으로 간 곳은 와치라탄 폭포입니다.
폭포 근처에 가면 이렇게 분무가 넘쳐서 뿌옇게 보입니다.
왔으니까 또 기념사진을 남겨야겠죠!
막 엄청나게 큰 규모의 폭포는 아니지만, 직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서 물의 흐름과 소리의 웅장함에 압도됩니다.
기념사진 또 한 번 찰칵!
마지막으로 폭포를 눈에 담고 다음 길을 나섭니다.
다음으로 파처 협곡을 가려고 했는데... 산속에서 모바일 데이터가 안 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지도만으로 경로 검색을 했더니, 구글 지도가 길을 이상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상한 산길로 들어서서 가기를 20여 분... 현지인 서너 가구 사는 깊은 산속까지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잘 닦인 큰길로 갔더라면 충분히 도착했을 시간에 고생만 하고 시간을 낭비해서, 기운이 빠진 우리는 바로 구도심으로 향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두 번 방문했다가 재료가 다 떨어져서 못 먹은, SP 치킨입니다.
치킨 반마리랑,
돼지고기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이것도 원래는 소고기 구이를 하려고 했는데 다 떨어졌대서 대안으로 시킨 거예요.
뭔가 고기만 먹으면 속에 안 좋을 것 같아 공심채(모닝 글로리)를 함께 주문했습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모두... 한 번 삶거나 찐 것을 구운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고기를 조리했을 때의 그 야들야들한 느낌, 육즙이 별로 없었어요. 돼지고기구이는 약간 탄 느낌도 있고, 닭고기는 뼈도 있고 껍질이 바삭하다는 느낌도 덜했습니다. 맛이 정말 없다 이런 건 아닌데, 여기가 그렇게 재료 다 소진돼서 못 먹을 만큼 줄 서서 먹을 곳인가?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공심채는 딱 아는 맛이라 괜찮았고요.
비슷한 식당을 비교하자면 청도이가 있을 텐데, 청도이가 양은 조금 적지만 구이도 잘 되어 있고 닭고기 같은 경우는 뼈가 발라진 순살로 제공되는 점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더니 기진맥진해서 이렇게 점심 먹은 이후로 일과가 끝이 나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