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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8/11/09 영화:보헤미안 랩소디 관람 후기

by LarsUlrich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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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함께한 아내는 그다지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고 했던 영화였지만, 제 취향을 존중해 주고 딱히 다르게 볼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함께 관람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조금은 기대를 했습니다. 퀸의 멤버들의 모습과 곡들이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그려지고 들려질지. 좋았던 점도 있었고, 다소 지루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퀸의 곡들은 제가 대부분 알고 좋아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귀에 들어왔습니다.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사와 성격 및 정체성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된 가풍의 속박에서 벗어나고픈 자유로운 영혼이 꿈꾸는 욕망의 충족, 즉 자아의 실현이 바로 보컬로서의 능력 발휘였고, 퀸이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수 많은 명곡들을 만들어 내고 활동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곡 창작에 있어서 다른 멤버들의 비중이 다소 적게 표현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적 상상력과 천재성을 비추는 중간중간 그의 성정체성 또한 다양한 장면을 통해 묘사되는데, 이성적으로는 분명히 동성애는 그냥 동성애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한 장면들이 극중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어쩌면 프레디 머큐리의 천재성이 그의 성정체성 이면의 거울같은 것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Insanity & Genius.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광기와 천재성.


인간의 두뇌의 영역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굴레와 스트레스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감성과 재능이라는 영역의 에너지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극중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성과 죽을 때까지 친분을 유지했지만, 처음 약속처럼 그녀를 이성으로서 사랑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게이)을 좇아 가다가 방황하는 순간을 겪게 됩니다. 솔로 앨범 작업을 위해 멤버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다 다시 돌아가는 모습에서 고통과 번뇌의 순간들이 많았겠지만 짧은 상영 시간 안에서 그것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에이즈라는 병에 감염되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멤버들에게 알리고 마지막 불꽃을 피워올리는 듯한 그의 라이브 모습에서 다시 한 번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몰입도를 위해 멤버들의 모습을 닮은 배우들을 섭외하는 것도, 목소리나 연주등을 커버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할 때의 프레디 머큐리 보컬은 흡사했지만 평소의 말투는 다소 거부감이 생기는 톤이었습니다. 브라이언 메이는 어쩜 그렇게 닮은 사람을 섭외했는지 보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처음 접한 퀸 앨범은 'Innuendo' 였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제 나이 대에서는 그 당시의 최신 앨범이었습니다. 형이 듣던 테잎을 물려 받은 것인데, 형은 더 오래전부터 퀸의 여러 앨범을 섭렵했겠죠. 퀸의 Sheer heart attack 표지가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영화의 제목이자 퀸의 대표곡인 'Bohemian Rhapsody' 는 굉장히 유명하고 또 훌륭한 곡이지만, 이 곡을 알게 된 것은 Innuendo 앨범을 들은 뒤로부터 수년이 가까이 지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거듭해서 Innuendo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앨범이 이전에 발표했던 다른 앨범 못지 않게 제게 강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다양한 감성과 고뇌를 담은 곡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다른 많은 명곡들에 밀려서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이 다소 속상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Innuendo, I'm going slightly mad, Headlong, I can't live with you, Don't try so hard, Ride the wild wind, All God's people,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 Delilah, The hitman, Bijou, The show must go on 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적인 느낌들이 드는 곡들이 많지만, 곡 하나하나에 담긴 감성들은 정말이지 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뿐입니다.


극중에서 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결국 엔딩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The show must go on 은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에 맞서는 프레디 머큐리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오래전 생을 마감했고 퀸의 멤버들은 70이 넘는 노인이 되었습니다만, 그들은 위대한 명곡들을 남겼습니다. 


퀸의 노래가 앞으로 길게 몇 세기가 더 지나고도 불려질지, 가깝게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이런저런 노래 속에서 나의 아이들이 퀸의 노래를 들을 날이 올지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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