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를 떠나는 날, 아침은 숙소에서 간단히 배달시켜 먹기로 했습니다.
맥도널드에서도 죽을 팔길래, 세트 메뉴로 시켜 보았습니다.
죽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양이 조금 적었지만, 튀김빵과 음료수가 포함된 세트임을 감안하여 배달비 포함해서 184밧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콘도에서 한 달 살기 후, 빠이에 다녀오는 동안 그 콘도에 캐리어를 맡겨 놓았는데... 다녀오고 나서 캐리어를 찾은 뒤 하룻저녁 묵으려고 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콘도와 가까운 숙소 중에서 저렴한 곳을
예약했습니다. Nimman expat home이라는 숙소인데요. 이 숙소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화장실 변기는 별 문제없었습니다.
샤워기도 그 자체로는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위치가 별로입니다.
구석에 이렇게 작은 세면대가 있고, 욕실용품을 올려놓으라고 만든 작은 공간이 있는데... 너무 좁아서 불편합니다. 게다가 샤워기 호스가 자꾸 저 물품들을 건드려서 떨어지는 바람에 씻다가 짜증도 났습니다.
침실 공간 자체는 넓습니다. 싱글 침대 두 개를 띄엄띄엄 놓고도 다닐 공간은 여유가 있으니까요. 개미나 바퀴, 빈대 등의 해충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에어컨도 있고... 창문도 큼지막하게 있지만, 창문은 옆건물 벽을 바라보는 방향이어서 열일이 거의 없고요. 가장 큰 문제는 방음이 거의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로변에 있는 숙소이지만, 객실은 골목 한참 안쪽으로 들어와야 있는데, 새시가 워낙 오래된 것들이다 보니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아 대로변의 차소리, 오토바이 소리, 경적소리가 거의 그대로 들어옵니다.
부실한 철사형태의 옷걸이가 있고, 탁자와 의자도 있긴 합니다. 헤어드라이어도 있습니다.
벽에 잠깐씩 걸 수 있는 옷걸이도 따로 있습니다.
출입문은 외부에서는 키에 달린 NFC 태그를 지정된 부위에 가져다 대면 열립니다.
내부에서는 이렇게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열리고요.
숙소를 나서며 객실 출입문 열쇠를 수거함에 넣고 나옵니다.
잠만 자려고 싸게 잡은 숙소입니다. 다시는 머물고 싶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볼트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 터미널 3으로 왔습니다. 치앙라이 가는 버스가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부지는 생각보다 넓은데, 터미널을 드나드는 길은 넓은 편이 아니라, 버스가 어떻게 이런 곳을 다닐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입니다.
아내에게 짐을 맡겨두고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치앙라이 까지 3시간 반 정도 걸린다니 점심을 간단히 먹어 두려고요.
다행히 길 건너에 편의점이 있어서 금방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김밥 두 개와 빵 두 개를 샀습니다.
아내가 태국 여행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서 며칠 전에 한 번 먹어보더니, 한국 김밥을 종종 사 먹게 되네요.
버스 출발 시간이 되기 전, 아내와 저 각각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아내는 터미널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맥도널드의 화장실을 이용하러 갔는데, 걸어서 다녀오는 시간을 포함하면 10분 가까이 되는 터라, 시간이 임박했을 때는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터미널 안에 있는 유료(3밧)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치앙마이 가는 버스표. 그린버스 앱을 다운로드하여 온라인으로 예약했습니다. 제 실수로 한 명 치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을 들 필요 없습니다. 보험 가입 체크 항목이 승객별로 나오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를 해제해 줘야 불필요한 돈이 나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어 버스에 올라탑니다. X 클래스라고 되어 있는데... 어떤지 경험해 보려고 탔습니다.
치앙라이까지 가는 동안, 많이 피곤했습니다. 태국은 산에 터널을 뚫지 않고 굽은 길을 돌아가는 형태로 도로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차량 운전기사의 실력과 차 상태, 좌석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좌석은 좌판이 지표면과 수평인 상태라 엉덩이가 자꾸 앞으로 밀려가서 피곤했고, 차량은 언덕과 굽이길을 다니며 속도를 냈다 줄였다 하고, 기사님은 중간중간 폰을 보는지 운전이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100밧 정도의 비용차이에 개의치 않는다면 무조건 VIP 클래스 버스를 타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앙라이 버스 터미널 1에서 내려, 볼트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이동하는데... 2층이고, 계단이네요. ㅎㅎ
우리 캐리어 엄청 무거운데... 어쩔 수 없죠. 제가 다 들고 올라가는 수밖에.
객실은 깨끗해 보입니다. 방도 넓었고요.
냉장고, 옷장, 에어컨 등이 있습니다.
TV, 탁자, 의자, 거울도 있고요.
화장실은 넓고, 깨끗합니다.
세면대의 물 내려가는 속도가 더뎌서 세수만 할 때는 약간 불편했어요.
보통은 샤워하면서 씻긴 하지만...
샤워실은 공간이 구분되어 있고, 커튼을 쳐서 물이 튀는 걸 막습니다. 해바라기 샤워기도 있지만, 우리는 필터를 사용해야 해서 밑에 있는 샤워기만 썼어요. 뜨거운 물이 굉장히 잘 나오고, 수압도 좋았습니다. 배수도 잘 되었고요. 지금까지 들른 숙소 중에서 샤워실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호텔 리셉션에 오토바이 대여를 알선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B-RIDER라는 가게의 홍보물을 보여주고 거기서 선택한 뒤 연락을 취하는 듯했습니다. 저도 미리 알아봤던 곳이 B-RIDER여서, 아 그곳에서 가져다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토바이를 가져온 곳은 P.O.N GROUP TOURIST라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뭔가 속은 기분도 들고 바이크의 외관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기에, 아내는 기분이 많이 상했습니다. 저는 그냥 이 정도면 감수하고 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거나 직접 숙소까지 가져다준 것도 비용과 성의가 들어가는 일이기에 받아들이고 그냥 타기로 했습니다.
호텔 리셉션에 부탁해서 간단히 오토바이에 물을 뿌리고 걸레로 닦아 청소를 했더니 그나마 외관은 좀 나아졌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숙소 주변의 음식점을 찾아갔습니다.
태국어로만 쓰여 있어 무슨 음식을 파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점원이 가져다준 메뉴판과 사진을 보니, 카오쏘이와 카놈찐을 파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놈찐. 양이 많고 건더기가 굉장히 풍성합니다. 그런데 맛도 좋아요.
시큼한 맛은 없고, 국물 색만 짙은 돼지국밥 느낌입니다.
카오쏘이도 양이 많습니다. 커리향은 진한데 생각보다 고수향도 안 나고 레몬그라스 향도 덜했어요.
아주 먹기 좋았습니다.
이 둘 합해서 80밧이라니. 오토바이 대여 하면서 상한 기분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시장길에 있는 유명한 황금탑을 보러 갔습니다.
이곳 길 양쪽으로 조명과 장식을 설치해서 예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기념사진 찰칵!
한쪽 길을 따라가니 시장이 펼쳐져 있어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주말이 아니라서일까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 과일을 섞은 걸 한 봉지 샀습니다.
보고 있으면 한 번씩은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주머니가 떡처럼 생긴 거 맛있다고 호객행위를 하셔서 하나 샀습니다. ㅎㅎ
귀여운 채소들. 감자와 오이가 특히 귀엽네요. ㅋㅋ
시장에서 산 당면 소시지와 과일, 맥주와 콜라를 깔고 한 판 벌입니다.
찹쌀떡 비슷한 식감인 음식. 이름이 뭐라는지는 기억을 못 합니다. 심심한 맛이었어요.
치앙라이의 첫날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