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3일, 14일.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HighFive Of Teenagers 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공연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날의 기억을 다시 정리해서 올려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제 갓 40대가 된 남성입니다. 저는 HOT 를 알고 있었지만 팬은 아니었고, 노래도 대표곡 몇 곡의 몇 구절만 아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락/메탈이 중심이고, 가요나 팝은 20% 미만 정도의 비중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많이 늘어난 것이네요. 10대, 20대에는 가요를 거의 듣지 않았으니까요. 30대 들어서 가요를 조금씩 듣게 되었으니...
아내는 HOT 의 팬입니다. 아내는 네 자매의 셋째로 언니 둘 역시 HOT 의 팬입니다. 나이대가 비슷한 탓인지 잘 어울려서 생활한 탓인 듯 합니다. ㅎㅎ 연애할 시절에는 그렇게 HOT 노래를 일부러 찾아서 자주 듣지 않았던 듯 했는데... MBC의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토토가 특집으로 HOT 콘서트를 방영했는데 그렇게 감동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후에는 같이 재방송을 보기도 하며, 노래도 따라 부르기도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8월 즈음이었나, HOT 의 콘서트 개최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예매일을 기다렸습니다. 언니 두분에게도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총 4매를 예매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예매 사이트와 일시가 확정되고, 드디어 예매 오픈 당일... 저는 YES24, 아내는 옥션에서 예매에 도전했습니다. YES24 는 서버의 문제인지 시스템이 먹통이었고, 옥션은 다행히 접속되어 순번대로 예매를 한 결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 전까지 HOT 노래를 대했던 제 마음은 약간은 우스개가 섞인 농들을 아내에게 던지며 도발할 때 말고는 없었습니다. 예매를 성공한 후부터 콘서트 전까지 아내와 함께하기 위해 HOT 앨범들을 열심히 들으며 대표곡들 외에도 이런저런 곡들을 섭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HOT 가 현역일 당시에는 진지하게 듣지 않았던 노래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들으니, 팬이 아니었던 저라도 HOT 의 곡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성 아이돌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성 팬들이 많았겠지만, 한편으로는 10대의 감성을 대변하는 메시지들을 담은 곡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팬이 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고향(시골)에서 친했던 여자 후배가 HOT 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녹화를 하는 등의 지극정성을 보며, 그 열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아내가 그 후배와 같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옛 모습을 상상해 보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어머님이 버려서 없어졌다는 각종 굿즈(?)와 녹화 비디오들...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이 지금은 사라져 없고, 오로지 CD 앨범만 남아 있어서 아쉽지만 17년 만에 콘서트로 재결합한 HOT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떨리는 마음을 숨기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콘서트 당일. 굿즈를 사기 위해 한나절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에서 오랜시간동안 기다려 온 간절함과 기쁨, 기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진성 팬은 아니었지만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팬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였고, 중국/일본/그 외 동남아 국가에서 오신 분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아내도 그 긴줄에 서서 결국 LED 봉만은 사수해 냈습니다. 장하다.
콘서트 시간은 3시간에 육박했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저 또한 그 동안 열심히 따라 부르며 외웠던 많은 노래들을 열창하며 콘서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런 모습에 옆에 앉은 아내는 빵 터지며 웃기도 하고, 뒤에서는 40대 남자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다는 반응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기록을 위해 셋리스트를 남겨 봅니다.
1. 전사의 후예
2. 늑대와 양
3. 투지
4. The Way That You Like Me
5. Outside Castle
6. 열맞춰
7. 아이야
8. 강타 솔로: Right Here Waiting (리차드 막스 곡)
9. 장우혁 솔로: 시간이 멈춘 날, 지지 않는 태양
10. 토니 솔로: HOT KNIGHT (신곡)
11. 문희준 솔로: Pioneer
12. 이재원 솔로: I'm So Hot, A Better Day (JTL 곡)
13. 환희
14. 너와 나
15. 우리들의 맹세
16. 캔디
17. 행복
18. 내가 필요할 때
19. We Are The Future
20. GO! H.O.T.!
21. 캔디
22. 빛
이제는 기억에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아쉽지만, 다른 많은 분들이 콘서트 내용을 영상으로 남겨 두어서 그것들을 찾아 보며 다시 그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 봅니다. 벌써 한달이 지났나 싶어 시간의 빠름에 놀라지만, 아내와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이 있기에 HOT 라는 아이돌(?) 그룹을 저 또한 좋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앨범이 있다면 꼭 구매해서 아내에게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추억과 기쁨을 전해 준 HOT 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HOT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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