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공연이 인천에 있어서 지난달에 예매를 해 두었고, 오늘 관람하러 갔습니다.
유키 구라모토, 디토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지용,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와 함께한 공연입니다.
전반부는 유키 구라모토가 제외된 클래식 파트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들로 긴장을 푸는 단계로 느껴졌습니다. 첫 곡이 제가 좋아하는 스케이터즈 왈츠였는데 겨울 분위기에 맞게 밝고 산뜻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바흐와 차이코프스키의 곡들로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감상했습니다.
잠시 휴식 후 유키 구라모토의 곡들을 본격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의 클래식 곡들에 비하면 다소 짧게 느껴지는 각각의 곡들을 듣고 있노라니, 뉴에이지 음악의 전형적인 특징이 느껴졌습니다. 듣기 쉬운 멜로디, 과하지 않은 기교, 동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아련함, 그리움, 설렘, 푸근함, 슬프고 격정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정도의 감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OST 로서 들어봤을 법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곡들 사이에 유키 구라모토의 어설픈 한국어 멘트들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거의 매년 한국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쯤 되면 제법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하지만 어설픈 우리말(한국어)도 공연과 관련한 영업(?) 수단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1년 중 공연의 황금기라고 생각되는데, 매해 본국인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인지도/인기/수익 면에서 충분히 이점이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거리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롤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피부로 느끼는 경기도 그렇게 활황은 아닌 듯 합니다. 춥고 미세먼지가 폭발하는 날이라고 주말과 휴일을 집에서 보내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렇게 공연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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