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늦은 감이 있습니다. 티켓을 실물로 뽑지 않고 스마트폰에 두고 나니 기억이 잊혀졌네요.
'택시기사'가 간접적으로 스치듯 광주 민주화 항쟁을 보여준 느낌이 있다면, 1987 은 말 그대로 1987 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영화적 수사를 덧대긴 했지만, 줄거리와 영상, 사건의 재현에 있어서 역사 다큐로 써도 될 듯 한 고품질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연진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자기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 중 악역인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 분)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날의 사건을 재연해 냅니다. 의외로 놀라웠던 것은 설경구 씨의 출연. 거친 바람소리가 들어간 특유의 발성이 들리지 않아서 설경구 씨 인 줄도 몰랐습니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으로 시작하여 최루탄 직격타로 인한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을 재연하며, 87년 당시의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금 되새김합니다. 영화속이지만 당시 '언론'의 진정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1987년에는 국민학생 이었던 제가 1987을 보고 눈시울과 가슴이 뜨거워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10여년 간 억눌리고 다시금 소망해 마지 않았던 민주적 사회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 겁니다. 2017년은 부정한 권력자와 그 농단 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끌어낸 의미 깊은 한 해였습니다. 2016년 가을, 겨울을 이어가며 수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나와 바랐던 것은 바로 상식과 정의가 바로선 나라, 국가의 주권자로서 국민과 그 뜻이 존중받는 진정한 민주 사회였을 것입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굉장히 사소한 것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큰 의미를 지닌 것들, 모두 지난 역사 속 국민들이 싸워 얻어낸 것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머리를 기른다거나, 밤에 돌아다닌다거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소신껏 투표하고... 생각해 보면 '뭐 이런 걸 다 새삼스럽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입니다.
시간이 흘러 시대는 변하고, 어쩌면 조금만 더 나아가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이 올 것만도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대로가 살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바뀐 것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 사회 곳곳의 암덩어리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거/역사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정한 권력은, 국민을 폭력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폭력을 휘두른 자들은 모두 무너졌습니다. 바로 국민에 의해서... 세상은 더 이상 소수의 권력자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도 어디엔가 몸을 숨긴 채 자신들만의 세계 건설을 꿈꿀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선 나라, 국민들 한 명 한 명의 의식이 깨어 있는 나라에서는 그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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