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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2025/01/30 배달 피자를 먹다 문득 든 생각

by LarsUlrich 202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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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피자를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켰습니다. 

콤비네이션 피자, 라지(L).

 

 

오이 절임과, 마늘 소스가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닐봉지에 든 라지 피자의 무게가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맛이 없지는 않았는데, 여러 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과거에 먹었던 피자들과 비교했을 때 요즘 우리나라의 물가와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서 씁쓸합니다.

 

도우가 얇아졌습니다. 저는 딱히 씬(얇은) 도우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고 선택하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건강을 생각한다며 피자의 바탕이 되는 빵 부분인 도우의 재료를 다양하게 하거나 혹은 얇은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도우가 얇아졌다는 건, 피자에 들어가는 밀가루, 반죽량을 줄이는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예전처럼 평범한 피자가 그립습니다. 

 

도우 위에 바르는 토마토소스가 너무도 빈약합니다. 토마토의 풍미는 거의 느낄 수 없고, 그냥 발랐다는 시늉, 최소한의 구색만 갖춘 모양새입니다. 예전과 같은 촉촉한 토마토소스가 그립습니다.

 

치즈의 풍성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카고 피자 수준의 폭탄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최소한의 두께로 도우를 덮을 수 있을 만큼만 올린 피자라니...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치즈의 풍미, 고소하고 촉촉 쫄깃한 치즈를 씹는 맛이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쓰인 치즈가 모조 치즈가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겠네요.

 

콤비네이션 피자라고 하면 다양한 재료들을 넣은 피자를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약간의 고기, 햄, 또는 페페로니, 피망, 올리브, 버섯, 양파 등의 다채로움을 기대할 텐데, 피망은 아주 잘게 썰어서 구색만 갖추고, 버섯이나 돼지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영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제반 비용(건물 임대료, 프랜차이즈를 통한 사업 운영 비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점포/업장에서부터 사업 아이템, 재료, 설비까지 모든 것을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을 빌려와서 하다 보니 장사를 해서 돈을 벌기 힘든 구조가 되었습니다. 인건비가 문제라고 하기에는 1인 자영업, 가족 운영을 해도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온/오프라인 어떤 장사를 하든 실물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변두리의 저렴한 땅을 사서 창고를 짓고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팔아도 땅값과 창고건축비, 운영비는 상품 가격에 녹아들어 가게 되어 있습니다. 소비자 물가의 상승에는 가장 근본적인 비용(땅값, 건물값)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물론 그 외에도 국제정세, 환율, 유가 등의 영향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용의 상승은 자영업자뿐만이 아닌 소비자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주거에 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소비를 줄이게 되고,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효율을 중시하게 됩니다. 쓸 돈이 줄어든 소비자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자영업자들은 어떻게든 팔아서 이익을 내야 합니다. 결국 타협할 수 있는 건 한정된 비용 안에서 재료의 양 혹은 질을 떨어뜨리는 방법뿐입니다.

 

이것이 비슷한 음식, 메뉴를 먹으면서 과거에 비해 맛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물가의 안정이 절실하다고 느끼는 하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값, 건물값 안정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땅과 건물을 사서 되팔이를 하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수는 큰 빚을 내야 하고, 그 빚에 대한 이자비용이 모두를 압박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영업자로서의 나, 소비자로서의 나, 집주인으로서의 나를 압박합니다. 각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 사회의 비용으로 합산되어 물가에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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