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의 대표적인 제품 시놀로지(synology). 클라우드 서비스와 더불어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시는 백업, 저장 솔루션일 것입니다. 저 역시 6년 전에 첫 사용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데이터 보관과 백업 용도로 사용 중입니다. 특히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백업할 수 있고, NAS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이나 영상들을 모바일 기기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최근 노트북의 SSD 저장공간의 부족을 느껴서 제품 교체(2TB -> 4TB)를 하던 중에 제 착오로 NAS의 데이터가 상당량 유실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백업과 동기화의 개념에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 발생한 일이었죠.
노트북에 nvme 슬롯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OS/프로그램용, 나머지 하나를 데이터 저장용 드라이브를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데이터용 nvme SSD를 교체할 때, NAS(에 저장된 데이터)를 믿고 너무 섣부르게 기존의 2TB SSD의 데이터를 포맷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당연히 시놀로지 앱은 꺼 놓고 실행했으니 포맷을 할 당시까지만 해도 NAS의 데이터는 안전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때까지는 안전했습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복구 업체에 포맷한 2TB SSD를 들고 갔을 때는 복구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SSD의 경우, 1)윈도우에서 일반 포맷을 하거나, 2)포맷을 하고 컴퓨터에 장착된 채로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 복구가 불가하다고 합니다. 이는 SSD 컨트롤러의 TRIM 기능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1로, 일반 포맷을 해 버렸기 때문에...
다시 NAS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저는 양방향 동기화 모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양방향 동기화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로컬 디스크에 자료가 없으면, NAS에서도 해당되는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양방향 동기화니까 당연한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DSM 서버에 접속해 파일매니저 상에서 사용자가 직접 삭제를 하든, 아니면 로컬 디스크에서 사용자가 직접 삭제를 하든, 명시적으로 '삭제라는 행위를 PC에서 실행 중인 앱이 감지'했을 때만 동기화가 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시놀로지 앱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시놀로지 드라이브 앱을 꺼 놓고 포맷을 했어도, 다시 앱을 실행했을 때 설정에 지정된 드라이브 경로에 파일이 없으면 삭제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착각한 것이죠. 데이터가 없으면 알아서 다운로드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원래의 계획은, 2TB짜리 nvme SSD를 노트북에서 분리하고, 4TB nvme SSD를 새로 연결해서, 양방향 동기화를 이용해 NAS에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직전까지 동기화되고 있었으니 그대로)를 다운로드하면 되겠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4TB SSD를 연결하고 노트북 전원을 다시 켰을 때... 양방향 동기화는, 아무것도 없는 새 SSD의 데이터가 삭제된 것으로 판단해서, NAS의 데이터도 지우기 시작합니다. 트레이 아이콘의 시놀로지 드라이브 앱에 뜨는 상태 메시지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저는, 급하게 앱을 종료시키고 DSM에 접속해서 저장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아뿔싸... 중요한 데이터, 특히 사진이 대부분 삭제되어 버렸습니다.
이때 정말 심각하게 멘탈 붕괴가 왔습니다. 상당한 시간 동안 넋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복구할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 업체에 맡겼을 때의 비용이나, SSD와 HDD의 비용차이, 어느 지역에 어떤 업체가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복구 앱이나 NAS 자체의 기능까지...
우선 SSD를 복구하면 NAS에 저장된 동일한 데이터를 모두 복구할 수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복구 업체(ㅁ 정보)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 포맷한 SSD는 복구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다음 방법으로 검색을 해서 NAS의 공유 폴더에 대해 휴지통 기능을 사용하면 복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찾았는데 저는 휴지통 기능을 꺼 놓고 있었습니다. 아....
이제 NAS에 장착된 HDD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HDD의 복구는 용량에 따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습니다. 저는 8TB짜리 4개를 사용 중인데 이걸 다 복구하려면 100만 원 단위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도저히 이 정도의 비용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복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시놀로지, NAS, EXT4 파일 시스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사용자들의 경험이 담긴 글도 별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HDD복구를 알아보기 전, 복구 업체에서 SSD의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해 줬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불가하다는 회신을 듣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복구 프로그램을 결제하였습니다.
*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일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데, 무료 사용 안 됩니다. 복구하려는 파일을 미리보기 하는 것조차 안 되고, 복구할 수 있는 용량도 0이므로, 결제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기능을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easeUS... 검색을 통해 나오는 글들을 보면, 악평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첫 주문 시 안내되지 않는, 자동 결제 때문에 짜증 난다는 평이 대다수였고,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는 글도 많았습니다. 그 외의 글들은 소위 '협찬', '광고'로 제품과 비용을 제공받고 작성된 블로그 글들이었습니다. 그러한 블로그 글들은 실제로 중요한 데이터를 잃은 사람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제품의 홍보를 위해 임의로 (삭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파일들을 준비해서 삭제하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아서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남은 선택지가 없었던 저는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결제를 했습니다. 웃기면서도 슬픈 건,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금액을 줄여 보려고 프로모션 코드를 열심히 검색했다는 것입니다. 광고글이 아니니까 프로모션 코드를 여기에 쓰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발견해서 약 20% 정도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악평을 남겼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 자동 재결제를 처음부터 차단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노출시켜 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앞서 복구 프로그램 검색 단계에서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 이런 유형의 불만이었거든요. 그분들의 수고 덕분에, 저는 최소한의 비용인 1개월 결제(자동 갱신 없음)만 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사용 자체는 단계를 밟아 진행하면 되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다림과 인내였습니다. 복구할 대상을 검색하는 것 자체에도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고, 내가 지웠던 파일들, 정말 필요한 데이터들을 선별하는 데에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SSD와 다르게 HDD는 TRIM 기능이라는 것이 없어서, 디스크 상에 무수히 많은 파일들의 흔적, 파편들이 존재합니다. 복구 프로그램은 이러한 흔적들을 모조리 검색해서 복구 대상 목록에 올려놓기 때문에, 이것을 판별하는 데에만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8TB x 4개의 볼륨, 그 안에서 지워진 흔적들을 검색하고 그것들을 목록화하는 데에만 꼬박 닷새가 걸렸습니다. 노트북과 NAS의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도 일이었죠. 혹시라도 전원을 ON/OFF 시키는 타이머를 NAS에 설정해 두었다면 반드시 이 설정을 삭제하거나 중지시켜야 합니다. 복구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구하다가 프로그램이 (자체의 오류든 윈도우의 오류든) 꺼지거나 노트북/PC가 꺼지면 처음부터 다시 디스크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검색 진행률 말미로 갈수록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그렇게 목록화된 데이터들을 선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형태와 파일 정보가 살아 있는 유형들... 사진, 동영상, 문서, 확장자 등으로 분류되어 있고, 이 안에서 꼼꼼히 확인하면 삭제 전 원본과 다름없는 파일들을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복구에 집중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자세한 과정을 캡처하지는 못했습니다.)
근 10년 이내의 디지털카메라, 스마트 폰 등으로 촬영한 사진들은 대부분 메타 데이터가 살아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분류하고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까지는 아니고 체감상 약 95% 정도는 건져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것 자체가 중노동이긴 하지만요. NAS의 데이터가 지워지고 아주 잠깐 사이에 일어난 DSM 앱들의 디스크 액세스에 의해 일어난 손실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iPhone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HEIC 형식의 사진 파일들을 복원하지 못하는 점은 유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진을 찍었던 iPhone을 현재 사용중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복사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동영상은 대부분의 경우 메타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복원하려면 NAS에서 노트북으로 데이터를 우선 다운로드하고, 그 안에서 일일이 시청 버튼을 눌러가며 파일을 선별해야 합니다. 초반엔 괜찮다가 중간에 깨지는 것들도 상당수거든요. (다행히 재생 가능한 파일은 썸네일 이미지로 표시되니 수월하긴 합니다만...)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영상들은 상당수 선별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들은 대부분 복구할 수 없었습니다. 파일들이 파편화된 것들(MOV 1개가 -> TS 여러 개로 분리된다든가)이 많았고, 아예 존재 자체가 발견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제 경우에 동영상에 메타 데이터가 포함된 경우가 둘 있었는데, Canon EOS M 카메라와, iPhone 시리즈 였습니다. Sony RX10으로 촬영한 동영상들은 메타 데이터로 검색되지도 않았고, 원본 크기/화질의 영상들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타 다른 스마트폰에서 촬영한 영상들(MOV, MP4 등)은 단순 확장자로만 분류되고 기기명으로 식별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파일들 중에서 과거에 피쳐폰 시절에 찍은 사진이나, 문자/메신저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전송받은 파일, 모종의 이유로 메타 데이터를 지워진 채로 받은 파일들은 단순히 확장자로만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확장자를 가진 수십만 개의 파일들 속에서 내가 필요한 파일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윈도우에서 이미지 뷰어를 실행하고 그 프로그램으로 썸네일 이미지를 한 페이지에 100개씩 본다고 해도, 수십만 개씩 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눈으로 보고 선별하는 것 자체가 피로도를 높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결혼식의 스냅사진 촬영 업체에서 '일부러' 사진의 메타데이터를 지우고 그것을 계약자에게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들어있는 exif 정보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일부의?) 계약자들 때문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결혼인데, 메타데이터가 없는 사진이다 보니 그 흔적을 찾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물론, 전 이렇게 다 찾아냈지만요. 며칠 동안 반복되는 중노동 끝에 지워진 '내 사진들'을 발견했을 때, 이때 정말이지... 망가졌던 멘탈이 90% 이상 회복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진들은 대부분 메타데이터 기반으로 복구할 수 있었고, 영상들은 복구하지 못했더라도 상당수가 유튜브 등에 업로드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안이 있어서 큰 아쉬움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글 포토 앱을 통해서 그동안 사용했던 스마트 폰의 사진/동영상 등이 (약간은 떨어지는 화질일지라도) 살아 있기 때문에 정 안 되면 이 사진들이라도 다시 다운로드해야지 하고 생각했거든요.
제 실수로 데이터를 잃고, 복구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고 고민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2중 3중 데이터 백업을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도 했고요 (그리고 HDD 복구 비용이 왜 그렇게 비싼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며칠씩 중노동을 하니 그만한 비용을 받을만 하구나 하는 생각?)
장문의 글을 썼지만 되새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짧게 몇 줄로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1. SSD는 일반포맷을 하거나, 포맷/삭제 후 시간이 흐르면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다.
2. HDD의 복구 비용은 SSD보다 훨씬 비싸다.
3. 복구 프로그램 easeUS는 생각보다 쓰레기는 아니었다. (모든 것을 복구하지는 못했지만 상당수를 건져낼 수 있었다.)
4. 시놀로지 NAS의 백업/동기화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해야 한다.
5. 시놀로지의 휴지통 기능은 되도록이면 켜 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6. 디스크 간 데이터 이전할 때 서두를 필요 없다. 우선 복사부터 하고 나서, 삭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7.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구글 포토 앱 동기화 꼭 사용하시라. (화질 조금 낮추는 무료로도 충분)
8. 모든 미디어를 하나의 저장소에만 저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2중 3중 백업해야 한다.
9. 인생에 있어 중요한 기억들은 디지털 저장소에만 남기지 말고 오프라인 미디어(사진 인쇄든 DVD든)를 별도로 만들어라. 생각지도 못하다 나중에 도움이 된다. HDD, SSD 같은 잦은 액세스를 거치는 장치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이상, SSD 포맷으로 자료 잃고, 비용 때문에 NAS/HDD를 복구 업체에 맡기지 못하고, 직접 복구 프로그램 구매해서 NAS의 데이터 복구를 시도한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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